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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굉장히 작다"는 말이 성립할까?
‘4월의 신랑’이 된 코요태 김종민이 지난달 연예가에 화제를 뿌렸다. 결혼식 당일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가 한 말이 우리말과 관련해 해묵은 생각거리를 불러들였다. 이날 김종민은 주변 지인들의 반응을 묻는 말에 “동료들 반응이 달랐다. 결혼하신 분들은 ‘굉장히 기뻐하고’ 축하를 많이 해주셨다”고 답했다.‘굉장히’는 ‘크고 씩씩하게’라는 뜻눈길이 가는 부분은 ‘굉장히 기뻐하고’이다. 이는 보통 이상으로 기쁘다는 뜻이다. 이런 표현을 하도 많이 써서 어색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어원적·의미적으로 보면 이 말은 상당히 비논리적 표현이다. 본래 ‘굉장’은 외적 양태를 나타내고, ‘기쁘다’는 내적 감정을 드러내는 말이라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지금도 이 말은 용법상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말의 이런 흐름을 그냥 지켜봐도 괜찮을지 고민해볼 만하다.우선 ‘굉장(宏壯)히’는 ‘아주 크고 훌륭하게, 보통 이상으로 대단하게’라는 뜻으로 쓰는 부사다. 이 말의 원래 쓰임새는 어근인 ‘굉(宏, 크다/넓다)’과 ‘장(壯, 씩씩하다/굳세다)’에서 나왔다. 특히 ‘장(壯)’ 자는 ‘나뭇조각 장(爿)’과 ‘선비 사(士)’가 결합한 모습인데, 이는 예부터 굳세고 씩씩한 남자를 가리켰다. 나이로 치면 30세 이후의 남자다. 지금도 ‘장년(壯年)’을 ‘서른에서 마흔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을 가리키는 것은 이 말이 거기서 연유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일생 중 가장 기운이 왕성하고 활동이 활발한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그래서 ‘굉장하다&r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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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죽음에 대한 실존적 고민이 삶의 본질 결정"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여, 아카이아인(人)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자여, 나는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에게 물어보러 왔소이다. 어떻게 하면 내가 바위 많은 이타케에 닿을 수 있겠는지, 그가 혹시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해서 말이오. 나는 아직도 아카이아 땅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내 자신의 나라를 밟아보지도 못한 채 끊임없이 고통만 당하고 있소. 그러나 아킬레우스여, 그대로 말하면 어느 누구도 일찍이 그대처럼 행복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오. 그대가 아직 살아 있을 적에 우리들 아르고스인들이 그대를 신처럼 공경했고, 지금은 그대가 여기 죽은 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통치자이기 때문이오. 그러니 아킬레우스여, 그대는 죽었다고 해서 슬퍼하지 마시오.”이렇게 내가 말하자 그(아킬레우스)는 지체 없이 이런 말로 대답했소.“죽음에 대하여 나를 위로하려 들지 마시오, 영광스러운 오뒷세우스여. 나는 죽은 자들 모두를 통치하느니 차라리 시골에서 머슴이 되어 농토도 없고 가산(家産)도 많지 않은 다른 사람 밑에서 품팔이를 하고 싶소. 자, 그대는 내 의젓한 아들 소식이나 전해주시오. 그 애는 제일인자(第一人者)가 되기 위하여 전쟁터로 나갔소? 아니면 그러지 않았소? 그리고 나무랄 데 없는 내 아버지 펠레우스에 관해서도 들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오. 그분께서는 아직도 뮈르미도네스족(族) 사이에서 명예를 누리고 계시오? 아니면 노령(老齡)이 그분의 손발을 묶었다고 해서 헬라스와 프티아에서 사람들이 그분을 업신여기고 있소? 나는 더 이상 햇빛 아래서 그분을 보호하지 못하며, 넓은 트로이아에서 가장 용맹한 적들을 죽이고 아르고스인들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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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길잡이 기타
π 적극적으로 사용한 오일러, 대중화 이끌었죠
오늘은 수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기호 π(파이)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리가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이 기호를, 다시 생각해보면 ‘왜 이렇게 쓰게 되었지?’ 하고 새삼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π를 처음 배우는 건 초등학교에서지만, 기호로서 π를 배우는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입니다. ‘원의 둘레와 지름의 비율’이라고 간단히 배우지만, 사실 옛날에는 이를 표현하는 방법이 제각각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따로 기호 없이 “원의 둘레는 지름의 약 22/7배쯤 된다”고 설명했고, 중세 유럽에서는 “proportio circumferentiae ad diametrum”처럼 라틴어 문장으로 길게 표현했습니다. 17세기에는 c(둘레, circumference)와 d(지름, diameter)를 사용해 c/d처럼 직접 분수 형태로 나타내는 방식도 있었지요.이런 혼란을 정리한 사람이 바로 1706년, 영국의 수학자 윌리엄 존스(William Jones)입니다. 그는 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π를 원주율을 나타내는 기호로 사용했습니다. 왜 하필 π였을까요? π는 그리스어 ‘periphery(둘레)’의 첫 글자이기 때문입니다. ‘원의 둘레’와 관련된 비율이니, 둘레를 의미하는 단어의 첫 글자를 따온 것이지요.하지만 당시에는 π가 금방 대중화되지 않았습니다. π를 전 세계 수학자에게 널리 퍼뜨린 인물은 바로 수학의 거장 레온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입니다. 오일러는 특히 자신의 논문과 저술에서 원주율을 간결하고 일관되게 표현하기 위해 π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오일러는 삼각함수와 원주율을 연결 지은 공식, 예를 들어 오일러 공식인 같은 식을 통해 π를 자연스럽게 수학의 중심 개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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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三旬九食 (삼순구식)
▶한자풀이三: 석 삼 旬: 열흘 순 九: 아홉 구 食: 먹을 식한 달에 아홉 끼를 먹다몹시 가난함을 이르는 말- <후한서>삼순구식삼순구식(三旬九食)은 ‘열흘에 아홉 끼를 먹다’라는 뜻으로, 매우 가난함을 이르는 말이다. 남북조시대 송나라의 범엽이 후한의 역사를 정리한 <후한서>에 나오는 표현이다. 후한 시대 가난한 백성들의 삶을 묘사하면서 이 말이 사용되었다. 삼순(三旬)은 한 달을 의미하며, 구식(九食)은 아홉 끼니를 뜻한다. 즉 한 달 동안 겨우 아홉 끼니를 먹을 정도로 극심한 가난을 겪는 상황을 나타내는 말이니, 당시 백성들이 얼마나 어려운 삶을 살았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한 사자성어다.송나라를 대표하는 도연명 시인의 시에도 삼순구식이 나온다. 그는 잠시 현령이라는 관직에 있었지만 “다섯 말의 쌀 때문에 부패한 관리들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라는 말을 남기고 낙향해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시 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동방에 한 선비가 있으니, 옷차림이 항상 남루했고, 한 달에 아홉 끼가 고작이요(三旬九食) 10년이 지나도록 관직 하나로 지내더라. 고생은 비할 데가 없건만 늘 밝은 얼굴이더라. 내 그분을 뵙고자 이른 아침에 갔더니, 푸른 소나무는 길옆에 울창하고, 흰 구름은 처마 끝에 잠들었더라.”자신의 처지를 동방의 한 선비에 비유한 시로 읽힌다.상루하습(上漏下濕)은 ‘위에서는 비가 새고 아래에서는 습기가 차오른다’라는 뜻으로, 몹시 가난한 집을 이르는 말이다. 위로는 비가 새고 옆으로는 바람이 들이친다는 상우방풍(上雨旁風), 집이 네 벽뿐이라는 가도사벽(家道四壁)도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려움을 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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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돌파구, 획기적인 발전 'breakthrough'
Samsung Heavy Industries, a major Korean shipbuilder, has made a breakthrough in its liquefaction technology for floating liquefied natural gas (FLNG) production facilities, challenging long-standing dominance by US rivals.The technology, known as SENSE IV, is often referred to as the “heart” of the FLNG unit, a massive offshore structure that extracts, liquefies and transfers natural gas from subsea fields. FLNG construction usually costs between 2 trillion won and 4 trillion won per unit, with liquefaction equipment accounting for as much as 35% of that figure.Despite Korea’s dominance in shipbuilding, critical components such as LNG liquefaction systems have long been supplied by US and European firms, including North Carolina-based engineering firm Honeywell International.With SENSE IV, Samsung Heavy is aiming to break that reliance.삼성중공업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FLNG) 생산 설비용 액화 기술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며 오랫동안 이 분야를 장악해온 미국 경쟁사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SENSE IV로 알려진 이 기술은 FLNG 설비의 ‘심장’으로 불리며 해저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해 액화한 뒤 이를 육상으로 이송하는 거대한 해상 구조물의 핵심 장비다. FLNG 설비 건조에는 통상 한 기당 2조 원에서 4조 원 비용이 들며, 이 중 액화 장비가 최대 35%를 차지한다.한국은 조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그동안 LNG 액화 시스템과 같은 핵심 부품은 미국과 유럽 기업, 특히 노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둔 허니웰 인터내셔널 등에 의존해왔다.삼성중공업은 SENSE IV 기술을 통해 이러한 의존도를 줄일 계획이다. 해설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조선 강국입니다.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세계적인 조선 회사들이 있지요. 원유, 석유제품 등을 운반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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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도형 활용 미적분 자주 출제돼…증명 연습도 필요
이들 대학은 모두 미적분 중심의 문항을 출제하며 시험시간과 문항 수, 출제 유형 및 난이도에서도 매우 유사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기본 도형에 기초한 미적분 문항이 주로 출제되므로 도형을 활용해 미적분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것이 합격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수학적귀납법이나 사잇값 정리에 대한 간단한 형태의 증명 문제도 간헐적으로 출제되므로 교과서의 증명 예제를 여러 번 반복해서 확실하게 익혀두어야 한다. ◆ 숙명·성신·동덕여대◆ 수리논술 대비 포인트 1. 기본도형에 기반한 미적분 문제해결력을 요구하는 문항이 주로 출제됨.- 수열, 삼각함수의 공식 등을 자주 활용하므로 이를 숙지해야 함.2. 수학적귀납법, 사이값정리에 대한 간단한 증명 문제가 출제되므로 교과서의 증명 예제를 확실하게 익혀두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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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폭싹 속았수다'에 담긴 또 다른 문법들
넷플릭스의 화제작 ‘폭싹 속았수다’는 그 인기 못지않게 우리말 적는 방식에 대한 주목도도 함께 높였다. 지난 호에서 살펴본 ‘폭삭’과 ‘폭싹’의 관계는 한글맞춤법 가운데 ‘소리 적기’ 방식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에 따르면, ‘ㄱ, ㄷ’ 같은 폐쇄음 받침 뒤에서는 자음이 자연스럽게 된소리로 나므로 굳이 이를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깍뚜기’가 아니라 ‘깍두기’, ‘덥썩’이 아니라 ‘덥석’으로 적는 게 그런 까닭이다. ‘쌕쌔기→쌕쌕이, 오뚜기→오뚝이’로 바꿔하지만 겹쳐 나는 소리에서는 이와 상관없이 같은 글자로 적는다. ‘쌕쌕거리다, 짭짤하다’(쌕색- ×, 짭잘- ×) 같은 게 그 예이다(한글맞춤법 제13항). 그러면 ‘쌕쌕거리다’에서 접미사 ‘-이’가 붙어 파생된 말은 ‘쌕쌕이’일까 ‘쌕쌔기’일까? 이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한글맞춤법을 여는 두 가지 열쇠 중 나머지 ‘형태 밝혀 적기’에 관한 규칙을 알아봐야 한다.우리 맞춤법에 “‘-하다’나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은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는 규정이 있다(한글맞춤법 제23항). 이는 접미사가 붙어서 새로 만들어진 말의 발음이 달라질 때 원래 형태를 어떻게 적을 것인가를 규정한 것이다. 가령 ‘쌕쌕거리다, 오뚝하다’의 어근인 ‘쌕쌕’ ‘오뚝’에 접미사 ‘-이’가 결합해 새말을 만든다. 그것을 그동안은 ‘쌕쌔기’ ‘오뚜기’라고 적었다. 우리말 표기의 근간 중 하나인 &l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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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가뭄 끝에 단비 'blessed rain after a drought'
SK On has landed a deal to supply nearly 100 gigawatt hours (GWh) of electric vehicle batteries to Japanese carmaker Nissan Motor Co. The Korean company, also the world’s fifth-largest battery maker, announced that it will supply Nissan with 99.4 GWh of high-performance, high-nickel batteries from 2028 to 2033.Considering that the battery cells were recently sold at $104 per kilowatt hour (kWh), the total order value is estimated at 15 trillion won ($10.3 billion). The batteries, enough to power 1 million midsize EVs, are expected to be manufactured in SK On’s new plant in the US state of Kentucky, which is set to embark on mass production in the first half of this year.The deal comes as blessed rain following a drought to the money-losing Korean battery maker amid the protracted global EV chasm, or EV’s stalled transition to a mainstream auto segment.SK온이 일본 닛산자동차에 100GWh에 달하는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5위 배터리 제조업체인 SK온은 2028년부터 2033년까지 닛산에 총 99.4GWh 규모의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최근 배터리 셀 가격이 kWh당 104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계약 규모는 약 15조원(103억 달러)으로 추정된다. 중형 전기차 약 100만 대에 들어가는 물량으로 올해 상반기부터 미국 켄터키주에 새로 지은 SK온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예정이다.이번 계약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침체로 손실을 겪고 있던 SK온에 가뭄 속 단비 같은 희소식으로 여겨지고 있다.해설대표적인 친환경차인 전기차는 자동차 회사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전기차로의 전환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기차 수요가 기대만큼 빠르게 증가하지 않아 전기차 제조사는 물